밤새 알바 뛴 직원들, 졸다 사고 날라…아침마다 '토막잠' 재우는 中企 사장들

입력 2021-09-12 17:35   수정 2021-09-13 01:15

경남지역 한 조선소 사내협력사 김모 사장은 최근 야간 대리운전, 배달, 퀵서비스 등 투잡을 뛰는 직원이 많아지자 근로자에게 사내 휴게실에서 강제로 ‘토막잠’을 자게 한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잔업·특근 수당이 사라지자 직원들이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피로가 누적돼 재해사고가 나면 회사가 큰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아침마다 직원들 피로도를 살피는 게 중요한 업무”라고 토로했다.

거제의 한 조선협력사 사장은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올해 초만 해도 부업에 나서는 직원이 2~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가 넘는다”며 “마침 코로나 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음식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달용 오토바이를 몰고 출근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본업 외의 일을 하는 투잡 부업자 수는 지난 7월 56만6000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잡이 일상화되면서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이 제조업 가운데 재해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의 재해율은 근로자 100명당 1.74명으로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제조업 평균 재해율(0.7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근로자 1만 명당 재해 사망자 수를 따지는 ‘사망 만인율’도 1.95명으로 제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추락사고는 물론 협착사고, 가스 질식사고 등이 자주 발생한다”며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직업인 만큼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조선협력사 사장은 “주 52시간제하에서는 해외 선주들의 요청으로 긴급 작업을 할 수도 없고, 야외 작업 특성상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내년 하반기엔 작업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으로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게 되는 조선사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대규/김진원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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